이런저런 개인 사정으로 블로그에 포스팅을 제대로 할 시간이 없기도 했고 2021년과 올해 2022년에도 가끔 소개팅 어플을 통해 이성을 만나기는 했지만 일일이 다 후기를 쓰진 않았습니다. 블로그 성격상 당연히 다음에서는 소위 말하는 저품질로 블로그가 전락한 이후로 블로그 자체에 흥미를 잃어서 글을 잘 쓰지 않는 이유도 있네요. 그래도 네이버와 구글에서 유입이 아직 좀 있어서 일정한 일일 방문자는 그럭저럭 유지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소개팅어플을 통한 만남 후기 중 단연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국적은 러시아고 현재 유럽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중반의 외국인입니다. 틴터에서 알았습니다. 소개팅 틴더에서 종종 외국인하고 대화를 하는데 그중 유독 대화도 잘 통하고 그래서 유럽과 한국이라는 거주지 거리 차이가 있어도 종종 카카오톡으로 연락하고 지냈었죠. 사실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원래 좀 더 일찍 실제로 만날 수 있었을 텐데요.
아무튼 지난 2022년 5월 초에 이 러시아 금발녀가 한국에 1주일 여행을 오기로 합니다. 아시아 국가 방문 자체가 처음이고 한국에 아는 사람이 저밖에 없고 그냥 관광 겸 저를 만나러 온다고 했었죠. 살면서 소개팅 어플 등을 통해서 다양한 이성을 접했지만 실제 한 번도 아직 본 적이 없는 외국인이 저를 믿고 한국에까지 그 멀리 놀러 오겠다고 한 경우는 처음입니다.
물론 종종 연락하며 지낸 지 1년이 좀 넘기는 했었지만 그냥 중간에 카카오톡 메시지로 안부 인사 정도와 보이스톡 2번이 전부였습니다.
한국 오는 항공권 구매해서 일정 알려주던 실제 대화 내용입니다. 이 친구도 시간적 여유가 아주 많지는 않아서
7일 일정으로 잡았습니다. 한국까지 오면 제가 호텔 잡아주고 주변 관광을 시켜준다고 했죠. 사실 유럽이 서울 부산 거리도 아니고 그 멀리 한국까지 절 보러 온다는데 호텔 정도는 잡아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저 친구는 항공권으로 그 이상의 경비를 쓰기도 했고요.
항공권을 막상 구매하고 한국 방문 날짜가 다가오니 이 친구도 기분이 좋았다고 합니다. 아시아 국가 방문 자체가 처음이고 SNS로만 대화를 좀 오래 한 저를 실제로 만난다니 조금은 신기하기도 하고 또 한국에서 여기저기 새로운 장소 경험을 한다고 생각하니 그런 기분이 들었다고 하더군요. 이 친구는 사실 유럽 클럽에서도 일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제가 한국식 나이트클럽도 구경시켜주겠다고 얘기를 했었죠. 결국 나중에 제가 사는 수원 찬스돔 나이트를 데려갔었네요;ㅎㅎ
편한 옷을 주로 즐겨 입는다고 하는데 하루는 나이트클럽 구경을 간다고 하니까 옷을 고르더군요. 원피스나 치마를 입지 않고 저런 스타일을 선호한다고 했어요. 실제로 저 옷을 가져와서 나이트클럽에 갔던 날 입고 갔었죠.
약속대로 인천공항에 마중 나갔습니다. 이성을 처음 만나는 사람도 아닌데 이상하게 공항에서 이 틴더로 알게 된 금발의 러시아 친구를 기다리면서 기분이 묘하더군요. 설렘과는 좀 다른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가 거주지가 수원이라 호텔은 수원 인계동 쪽으로 선택했습니다. 고급 호텔은 아니고 6박 7박에도 그렇게 가격 부담이 크지 않은 깔끔한 비즈니스 호텔을 잡았습니다.
첫날은 도착 시간이 오후라 공항에서 픽업하고 호텔로 넘어와서 짐 풀고 인계동에서 고기를 먹었습니다. 코리안 바비큐 유명하죠. 삼겹살과 소주 한잔에 정말 만족해했습니다. 거의 7일 내내 같이 있었기에 모든 이야기를 하자면 얘기가 길지만 나름 짧은 시간에 여기저기 다녔습니다.
이 친구와 같이 방문했던 관광지는 에버랜드, 제부도, 한국민속촌, 수원 화성(행궁동) 정도입니다. 사실 이 장소 모두 각 하루씩은 일정을 잡아야 했기에 시간이 정말 쏜살같이 지나갔습니다. 저는 다 여러 번 이미 가봤던 장소지만 이 러시아 여성에게는 모든 장소가 새롭고 흥미로웠습니다. 상대가 즐거워하니 저도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루를 빼고 매일 저녁에 술을 마셨어요. 호텔이 인계동이라 인계동에서 술집을 바꿔가며 술을 마셨죠. 그러다 하루는 얘기했던 대로 나이트클럽도 한번 데려갔습니다. 신나게 춤을 추더군요. 부킹이라는 문화를 조금 신기하게 생각하긴 하더군요. 사실 외국에 클럽은 한국에 클럽 하고 비슷하지 나이트클럽과는 좀 다르니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 친구 사진을 좀 더 많이 찍어줬어야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부도는 바닷가라서 그런지 사진을 꽤 많이 찍어줬는데 이상하게 에버랜드와 민속촌에선 사진을 거의 찍지 않았더라고요. 에버랜드 놀이기구를 정말 엄청 좋아했습니다. 전 사실 무서운 놀이기구를 그렇게 즐기지는 않는데 좀 억지로 같이 타느라 나름 고생했습니다. 진짜로 놀이기구를 무서워하는 제가 웃겼는지 엄청 웃더라고요..
이 친구가 한국을 다녀간지도 벌써 이제 3달이 지났습니다. 사실 소개팅 어플을 통한 인생 모든 만남을 통틀어서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이성과의 만남이었고 그 거리를 떠나 사실 하루가 아니라 거의 1주일을 같이 시간을 보냈기에 아마 앞으로 다시는 없을 종류의 소개팅 어플 만남 경험이 되겠네요.
낮에는 주로 관광지를 다니고 저녁에는 소주, 맥주 등 계속 술을 마시면서 얘기를 했습니다. 정말 많은 얘기를 했네요. 코로나에 관한 얘기도 하고 이 친구가 현재 유럽 그리스에 거주하는데 심지어 그리스 경제에 관한 얘기까지 나왔죠. 당연히 같이 다녔던 장소에 대한 얘기와 한국 음식이나 느낌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죠.
민속촌에서도 사진을 좀 찍었었는데 좀 더 많은 사진을 남겨줄 수 있었는데 왜 사진을 적게 찍었는지 후회가 되네요.
러시아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 러시아 사람도 영어 실력이 다 다르겠지만 이 친구의 영어 실력은 일반 회화에 크게 무리가 없는 수준이었어요. 러시아 억양이 약간 강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렇게 알아듣기 어려운 영어는 아니었죠.
물론 서로 모국어로 대화를 하는 게 아니라 같은 한국사람과의 대화 같지는 않을 수 있어도 서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표현하는 데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소개팅 어플이든 나이트클럽 만남이든 일단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는 통해야 실제로 만나서도 교감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1주일 내내 거의 같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매일 밤 제가 호텔에서 같이 밤을 보내진 않았어요. 관광하고 와서 술 마시고 늦게까지 놀다가 피곤하기도 했고 저도 잠은 보통 집에서 자는 게 편해서 호텔에 같이 갔다가 전 잠을 자러 집에 온 날도 있었죠. 물론 같이 보낸 밤도 있었고요. 글을 너무 두서없이 써서 내용만 길어지니 소개팅 어플 틴더 이번 후기는 여기서 마칠게요.
아무튼 예전 틴더에서 처음 알게 된 이국적인 금발의 이성과 뜻하지 않게 며칠을 이렇게 좋은 추억을 만들었네요. 흔하지는 않은 경우긴 하지만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틴더라는 어플을 하다 보면 참 재밌는 경험과 추억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단순히 외국인 여자를 만나기 위해서 영어를 공부하라고 하는 것은 좀 웃기지만 일단 영어를 할 수 있으면 소개팅 어플이든 뭐든 항상 더 다양한 기회나 일이 생기는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