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한국은 오랜 시간 낙태 금지 국가였다. 아직 법 개정 전이지만 이미 작년에
헌법 재판소에서 낙태 금지가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판결을 했기에 올해 2020년 말까지
법을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2021년부터는 낙태가 합법화가 된다는 의미가 되겠다.
사실 낙태합법화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약 8년 전인 2012 년에 한 차례 있었다.
당시에는 낙태죄에 관한 처벌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론 났지만 당시 재판관의
의견은 팽팽하게 대립했다. 당시 헌재의 결정은 임산부의 결정권보다는 태아의 생명 중시에
더 무게가 실린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후로 약 7년이 세월이 흐른 2019년 4월 11월에 헌재에선 낙태죄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아마도 7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여론 변화의 목소리와 시대적 변화를 대변하는 결과라고 해야 할까?
나에게 있어 "낙태"라는 것은 아직도 기억하는 하나의 상처로 남아 있다.
지금으로부터 아주 예전으로 거슬러 가는 기억이지만 나이트클럽에서 만났던 동갑인 여자와
잠시 동거 아닌 동거를 했던 적이 있다. 당시 군대를 제대하고 일을 하다가 대학교에 복학을 한 상태였고
나는 대학교 2학년이었다.
동갑인 그녀는 서울에 살았고 당시 내가 있던 충남의 모 지역에 친한 언니를 보러 와
같이 나이트클럽을 왔다가 나와 만나게 되었다. 그 날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헤어졌다.
아무튼 그다음 날에 단 둘이 만남을 가졌고 같이 밤을 보냈다.
그리고 본인이 살던 서울 집에 갔다가 다시 나한테 와서 거의 1주일을 같이 보냈다.
당시에 피임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게 화근이 되어서 임신을 하게 되었다.
나는 학생이었고 그녀는 직장인이었지만 둘 다 아이를 지워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를 했고
낙태가 불법이었기에 낙태를 해주는 병원을 조심스레 알아보러 다녔었다.
그렇게 결국 낙태를 했고 그 뒤로 나는 겁이 나기도 하고 뭔가 어떤 설명하기 힘든 부담감으로
그녀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당시에 그런 내가 싫어 많이 울기도 했다. 하지만 나보다 100배 이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건 그녀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주 많지는 않아도 의도치 않은 임신으로 그렇게 낙태 수술을 받아야 했던 사람은 더러 있을 것이다.
예전 나와 친했던 대학교 여자 후배도 동아리의 다른 선배와 사귀다 실수로 임신을 해서 날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았던 기억이 있다. 결국 그 후배였던 여자애도 낙태 수술을 받았다.
낙태 합법화에 대하여 찬성하는 사람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고 나도 어느 정도는 찬성 의견에 가깝지만
낙태의 적법성을 떠나서 낙태 자체는 슬픈 일이고 특히 여성의 입장에서는 고통스러운 일임이 틀림없다.
법을 떠나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낙태를 할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딘가에서 사랑을 나누는 연인 혹은 그냥 엔조이 파트너 뭐 등등
많은 사람이 있겠지만 출산이 목적이 아니라면 최소한 피임을 제대로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