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트랜스젠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세이클럽으로 한참 벙개를 해서 많은 이성을 만나던 시절의 에피소드다.
살면서 채팅이나 나이트클럽 혹은 어플 등을 통해서 만났던 모든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겠지만 어떻게 트랜스젠더를 만났던 일을 잊을 수 있을까?
정말 당시에 통화를 했었다면 의심을 해봤을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채팅방에서 대화만
하고 휴대폰 번호만 교환 문자 몇 통 주고받다가 만났기에 나도 자세히 알 수 없었다.
요즘은 좀 더 트랜스젠더가 사회적으로 많이 알려지고 활동을 해서 그런지 당당하게
트랜스젠더라고 밝히는 경우도 많은거 같은데 당시에는 그냥 그 사람의 개인적인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트랜스젠더라는 자체를 밝히는 것이 싫었는지 그런 말이 없었다.
만남은 이러했다. 당시 충남 지역에서 자취를 했었고 서로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해서
자취방으로 바로 와서 술을 마시기로 하고 문자로 내가 집 주소를 찍어줬다.
얼마 안 지나서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당시 그 원룸 입구에는 비밀번호도 없었다.
그렇게 문을 열어주고 그 사람을 보았다.
사실 이 순간까지도 잘 몰랐다. 솔직히 말해서 아주 예쁜 여자 얼굴이라고 말하기는 뭐해도
가슴 수술을 해서 그런지 그냥 언뜻 보면 여자로 거의 볼 수밖에 없는 느낌이었다.
내가 만났던 트랜스젠더는 상체만 수술을 한 경우였다. (나중에 본인 입으로 말해줌)
그런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목소리가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좀 느낌이 달랐다.
물론 여자도 좀 원래 목소리 자체가 허스키하고 감기가 걸렸거나 목이 안 좋으면 목소리가
좀 변하기도 하겠지만 그런 경우와는 좀 뭔가 다른 느낌.
일단 집에 항상 있던 소주를 꺼내서 대충 집에 있는 음식하고 술상을 차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본인이 트랜스젠더라고 밝히지 않았음.
난 저녁 이후 시간에는 자취방에 조명등만 켜놓고 지냈기에 어느 정도 어두워서 내가 더 늦게
눈치를 챈 부분도 있다.
그렇게 그냥 술을 마시면서 드는 생각은 점점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목소리와
뭔가 말투, 그리고 그냥 좀 계속 같이 있다보니 그냥 드는 그런 느낌. 설명으로는 한계가 있다.
내가 목소리를 가지고 몇 번 이야기를 하자 본인입으로 자기는 트랜스젠더라는 것이었다.
솔직히 트랜스젠더가 뭐고 트랜스젠더가 실제로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막상 내 방 까지
찾아와 1:1로 술을 마시는 사람이 갑자기 그렇게 얘기를 하니 좀 당황스러운 건 사실이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그냥 일종의 현타가 왔다. 정말 뭐랄까. 오기 전에 들었던 처음 보는 이성에
대한 설렘과 좋은 시간 보내는 일만 남았다는 그런 오만가지 생각은 달나라로 가출을 했다.
그런데 참 이게 웃긴게 그렇다고 바로 그 자리에서 욕을 하고 꺼지라고 하기도 뭐했다.
그 트랜스젠더와 자기가 살아온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고 난 거의 그냥 듣기만 했다.
그냥 뭐랄까? 상당히 많이 여자 같은 남자 동생과 술이나 한 잔 한다고 생각하지 뭐 이런...
원래 빨리 말을 하려고 했는데 내가 좀 맘에 들어서 실망을 하면 바로 자기를 나가라고 할 것
같아서 계속 망설였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래... 맘에 들어해 주는 건 고맙지만 나의 취향은
그냥 이성애자기에 솔직히 나에겐 의미는 없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둘이서 술잔을 주고 건네고 했고 속여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그 사람은 떠났다.